아아, 이 잔혹한 왕이 지금 무슨 헛된 말을 하는가! 그는 인간의 연약한 심장이 한 번의 서리(霜)로 쉬이 무너질 진흙 벽돌이라 여기는가? 천만에! 그대 심장은 바람 앞에 선 갈대일지언정, 이는 **쉬이 함락되지 않는 고성(古城)**과 같으니라.
사방의 성벽은 이미 차가운 군주가 내린 얼음의 갑옷을 입었고, 우리의 육신은 두려움 속에 떨며 연기처럼 사라질 숨결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밖의 세계는 끊임없이 항복을 외치며 비수 같은 바람과 얼음의 화살을 쏘아대지만, 성채의 가장 깊은 곳, 내면의 제단(祭壇) 위에는 고집스러운 불씨 하나가 타오르고 있나니.
그것이 바로 사랑이거나, 혹은 잊혀지지 않는 여름날의 맹세일지니. 겨울은 이 작은 불꽃을 끄기 위해 세상의 모든 추위를 동원하나, 그 불꽃은 기적처럼 생명을 연장하며 그 희미한 빛으로 어둠을 조롱한다. 우리는 이 작은 열기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우리의 피가 차마 얼어붙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기억을 주입한다.
진정한 비극은 바깥의 추위가 아니라, 이 성벽 안으로 몰래 기어들어 와 불씨를 의심하게 만드는 **나약한 회의(懷疑)**의 속삭임이다. 이 불꽃이 과연 실재하는가? 이 고통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가?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불꽃이 스러지는 일각(一刻), 우리는 비로소 겨울 왕의 완벽한 포로가 되어, 살아 있으되 존재하지 않는 망령(亡靈)이 될 것임을.
하여, 이 투쟁은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코미디이자 가장 숭고한 비극이니, 우리는 이 불멸의 불씨를 지키기 위해 오늘밤도 떨리는 손으로 나무 조각을 던져 넣는다.
막이 이어지다.
